산에서 부는 영혼의 바람 – 히말라야 부족의 고산 장례식
죽음이 삶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여정의 시작이라면, 그 이별의 방식은 삶을 대하는 태도를 드러낸다. 전 세계의 다양한 장례문화 중에서도 히말라야 고산지대의 부족들이 치르는 장례의식은 독특함 그 자체다. 해발 3,000미터 이상의 고지대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혹독한 자연 속에서 죽은 자의 영혼이 바람을 타고 하늘로 오를 수 있도록 의식을 치른다. 특히 티베트계 라다크족, 부탄의 브로크파족, 네팔 북부의 마가르족과 셰르파족 등이 고유하게 전승해온 장례 문화는 고산 지역의 자연환경, 불교적 세계관, 그리고 조상 숭배 사상이 절묘하게 융합된 전통이다. 이들의 장례 방식은 단순한 매장이나 화장을 넘어, 시신을 자연의 품으로 되돌리는 '천장(天葬)', 돌무더기 아래 잠재우는 ‘석묘장’, 조상의 바람이 된다고 믿는..
인어가 되어 바다로 떠나다 – 바자우족의 해양 장례 문화
인류는 오랜 시간 죽음을 두려움이 아닌 하나의 통과의례로 받아들여 왔다. 이 통과의례의 방식은 지역, 문화, 종교, 환경에 따라 수천 가지의 형태로 다양하게 나타나며, 그중에서도 바자우족은 죽음을 바다로 환원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기록되고 있다. 바자우족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해역에 걸쳐 살아가는 해상 유목민으로, ‘바다의 집시’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이들은 물속에서 숨을 10분 이상 참을 수 있을 정도로 수중 생활에 최적화된 신체 구조를 갖고 있으며, 그들의 삶은 태어남부터 죽음까지 오직 바다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바자우족은 육지보다 바다를 더 안전한 안식처로 여기고, 죽은 이를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는 해양 장례 방식을 택한다. 이들의 장례 문화는 단순한 매장이 아니라, 영혼이 물속에서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