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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 문화

영혼을 기리는 춤과 노래 – 하와이 원주민들의 전통 장례식

하와이는 단순한 관광지나 아름다운 풍경으로만 기억되는 곳이 아니다. 그곳에는 수천 년을 이어온 깊고 신성한 문화가 자리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하와이 원주민들의 전통적인 신앙과 의식이 존재한다. 특히 하와이 원주민들에게 있어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아오마쿠아’(Aumakua)라 불리는 조상신의 품으로 돌아가는 신성한 전환점이다.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오히려 삶과 죽음을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이를 음악과 춤, 의식으로 표현한다. 이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조용하고 슬픈 장례식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죽은 자의 영혼을 축복하고 기리며 자연과 조상과 다시 하나 되는 순간으로 여긴다. 이러한 하와이의 장례문화는 외부 문명과 기독교 문화가 들어오기 전까지 수백 년 동안 이어져왔으며, 지금도 일부 지역과 가문에서는 이 전통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하와이 원주민들은 죽음을 슬픔이 아닌 감사의 시간으로 여기며, 춤, 노래, 꽃, 바다, 불, 그리고 조상의 영혼을 함께 떠올리는 종합적인 문화 의식을 치른다. 이 글에서는 하와이 원주민 장례문화의 특징과 그 속에 담긴 깊은 의미, 그리고 실제 진행 방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영혼을 기리는 춤과 노래 – 하와이 원주민들의 전통 장례식

 

1.  훌라 춤과 찬가로 이뤄지는 ‘하와이식 작별 인사’

하와이 원주민의 전통 장례식은 단순히 시신을 매장하는 의식이 아니다. 그것은 살아 있는 이들과 죽은 자의 영혼이 마지막으로 교감하는 '영적 작별 인사'의 순간이며, 그 중심에는 **훌라 춤(Hula)**과 **올리(‘Oli, 찬가)**가 있다. 훌라는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닌, 고대 하와이의 역사와 신화, 조상의 이야기를 몸짓과 표정으로 전달하는 신성한 언어다. 장례식에서는 고인이 살아온 삶과 인격, 남긴 가르침을 주제로 훌라가 펼쳐지며, 올리는 하와이어로 고인을 기리거나 조상신에게 인도해 달라는 기도를 담는다. 올리 찬가는 단조롭고 낮은 음성으로 낭독되며, 때로는 수십 분 동안 반복되기도 한다. 이는 고요한 울림을 통해 죽은 자의 영혼이 편안히 이별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훌라 무용수들은 흰색이나 갈색 천으로 된 전통 복장을 입고, 꽃으로 만든 레이(lei)를 두르고 등장한다. 이 춤과 노래는 공동체 전체가 함께 고인을 보내는 집단적 애도의 방식이자, 하와이 전통 종교인 카후나(Kahuna) 신앙의 핵심적인 예식이기도 하다.

 

 

2.  바다에 띄우는 이별의 기도: 카누와 해양 장례 문화

하와이 원주민들은 바다를 단순한 자연 요소로 보지 않는다. 바다는 조상과 신이 머무는 신성한 장소이며, 인간이 태어나기 전과 죽은 후로 되돌아가는 ‘영혼의 고향’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장례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 중 하나가 바다와의 연결이다. 실제로 일부 하와이 원주민 가문에서는 고인의 시신을 전통 카누에 태워 바다로 띄우는 장례 의식을 진행한다. 이 카누 장례는 고인을 태운 작은 배를 정성껏 꾸며 바다로 보내는 의식이다. 배 안에는 꽃, 코이(생선), 코코넛, 티 잎 등 자연에서 얻은 상징적인 요소들이 함께 놓이며, 이는 조상신에게 바치는 제물로 해석된다. 고인이 사망한 직후 바로 바다로 보내지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동안 가족들이 시신을 보관하며 장례를 준비하고 공동체가 모일 시간을 갖는다. 때로는 시신 대신 고인의 유품이나 상징물을 바다로 띄우는 ‘상징적 카누 장례’도 있다. 현대에는 위생 및 법적 이유로 시신을 직접 바다에 띄우는 장례는 드물어졌지만, 여전히 하와이 일부 해변에서는 상징적인 해양 장례식이 매년 열리고 있다. 이 장면은 단지 고인을 떠나보내는 행위가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삶과 죽음을 하나로 인식하고 자연의 순환을 체험하는 성스러운 시간으로 여겨진다.

 

 

3.  불과 정화: 하와이의 고대 화장 문화

불은 하와이 문화에서 정화와 재탄생을 의미한다. 원래 고대 하와이에서는 시신을 불에 태우는 화장 방식이 일반적이지 않았지만, 전통 신앙과 후에 도입된 기독교 문화가 결합되면서 불을 통한 정화 의식이 생겨났다. 고인이 세상을 떠난 후, 육신을 태우는 대신 일부 부위만 불에 태우고, 이를 통해 영혼이 순수한 형태로 정화되어 조상신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의식은 주로 성직자인 **카후나(Kahuna)**에 의해 진행된다. 카후나는 하와이의 영적 지도자이자 치유사로, 장례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의식을 주관한다. 시신이나 유품을 불에 태우는 과정에서, 가족과 공동체는 죽은 자를 위한 기도와 노래를 함께 부르며, 영혼의 정화를 돕는다. 현대에는 환경적인 이유와 위생 문제로 인해 전통 방식의 화장은 거의 사라졌지만, 일부 가문에서는 불을 이용한 정화 의식을 축소된 형태로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하와이 원주민들에게 있어 불은 단순한 파괴의 상징이 아니다. 오히려 죽음을 거쳐 다시 태어나는 순환의 매개체로 여겨지며, 불꽃이 타오르는 모습은 영혼이 새로운 세계로 이동하는 환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처럼 하와이의 장례문화는 생명의 끝이 아니라 다시 자연과 조상에게 돌아가는 시작을 의미한다.

 

 

4.  레이(꽃목걸이)와 티 잎의 의미: 자연과 연결된 장례 의식

하와이의 장례식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는 레이(Lei), 즉 꽃 목걸이다. 이 레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닌, 죽은 이의 영혼과 자연을 연결해 주는 신성한 끈으로 여겨진다. 장례식에 참석하는 이들은 각자 레이를 준비해 고인의 시신 위나 무덤에 올리고, 때로는 레이를 바다에 띄우며 작별을 고한다. 꽃은 시들어 사라지지만, 그 향기와 색은 잠시라도 죽은 자의 영혼과 소통하는 매개체가 되어 준다고 믿는다.

또한 티 잎(Ti Leaf) 역시 중요한 장례 도구다. 이 잎은 고대 하와이에서 영혼을 보호하고 악한 영을 쫓아내는 정화의 식물로 알려져 있으며, 시신을 감쌀 때 사용되거나 제물로 바쳐진다. 장례식이 끝난 후 티 잎은 불에 태우거나 바다에 던져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는 것이 관례다. 이러한 모든 절차는 죽은 이가 영혼의 여정을 안전하게 떠나고, 자연의 일부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행위다.

오늘날 하와이에서는 전통 장례 방식을 완전하게 유지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그 문화적 요소는 여전히 많은 현대식 장례에 녹아들어 있다. 하와이 사람들은 죽음을 통해 자연과 조상, 공동체와의 연결을 되새기며, 인간이 단지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하나의 순환 안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받아들인다.

 

 

결론 – 죽음을 축복하는 하와이식 삶의 마무리

하와이 원주민들의 전통 장례문화는 단지 오래된 관습이 아니라,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긴 철학적 실천이다. 이들은 고인을 슬픔 속에 떠나보내는 대신, 춤과 노래, 자연 속 상징들을 통해 기쁨과 감사를 담아 영혼의 마지막 여정을 축복한다. 훌라 춤과 올리 찬가, 바다로의 여정, 불의 정화, 꽃과 잎을 통한 자연의 환송까지… 이 모든 것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연의 일부로 되돌아가는 생명의 아름다운 마지막 단계로 받아들이는 하와이식 세계관의 총체라 할 수 있다.

지금은 많은 전통이 현대화되었지만, 하와이 곳곳에서는 여전히 자연과 영혼, 조상과의 연결을 중시하는 방식으로 고인을 기리는 장례문화가 살아 있다. 우리 역시 이들의 문화를 통해 죽음이라는 주제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죽음은 끝이 아닌, 다시 시작되는 또 하나의 여정이라는 것을 하와이 원주민들의 장례식은 조용히 알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