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Māori) 은 독특한 문화와 강한 공동체 정신을 가진 민족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 역시 깊은 의미를 지닌다. 마오리족의 전통 장례식은 단순한 매장이 아니라, 죽은 자의 영혼이 올바르게 사후 세계로 갈 수 있도록 돕는 신성한 과정이다. 이들의 장례 의식은 3단계(Tangihanga – Po Poroporoaki – Hākari) 로 이루어지며, 망자를 기리고 공동체가 슬픔을 함께 나누는 중요한 행사로 여겨진다. 이번 글에서는 마오리족의 전통 장례 과정, 각 단계에서 수행되는 의식, 장례식의 문화적 의미,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변화하는 마오리족의 장례 방식까지 심층적으로 살펴보겠다.
1. 첫 번째 단계 – 탕이항가(Tangihanga): 영혼을 위한 애도의 시간
탕이항가(Tangihanga)는 마오리족의 장례 절차 중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단계로, 망자의 영혼을 기리는 애도의 시간이다.
이 과정은 보통 3일에서 7일 동안 진행되며, 마라에(Marae, 마오리족의 전통 회합 장소)에서 열린다.
탕이항가의 주요 특징
- 시신을 마라에로 운반
- 사람이 사망하면, 가족들은 즉시 망자의 시신을 정성스럽게 씻고 전통 의상을 입힌 후, 마라에로 운반한다.
- 마라에는 마오리족의 공동체가 모이는 신성한 장소로, 공동체가 함께 망자를 애도할 수 있는 공간이다.
- 공동체와 함께하는 애도
- 탕이항가 기간 동안, 가족과 친척, 마을 사람들이 마라에로 모여 망자를 기리는 시간을 갖는다.
- 마오리족은 슬픔을 숨기지 않고, 소리 내어 울고(karanga), 노래하고, 전통 춤(하카, Haka)을 추며 감정을 표현한다.
- 망자의 영혼이 올바르게 사후 세계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의식
- 마오리족은 죽은 자의 영혼이 조상의 세계(Te Rēinga)로 여행한다고 믿으며, 이를 돕기 위해 특별한 기도를 올린다.
- 이 과정에서 망자의 인생을 회상하는 이야기(Poroporoaki)가 공유되며, 유족들은 사랑과 존경을 표현한다.
탕이항가는 단순한 장례식이 아니라, 마오리 공동체가 하나가 되어 망자를 보내는 신성한 과정이다.
2. 두 번째 단계 – 포 포로포로아키(Po Poroporoaki): 마지막 인사와 영혼의 여정
포 포로포로아키(Po Poroporoaki)는 망자가 마지막으로 가족과 공동체와 작별하는 의식으로, 탕이항가 후에 진행되는 중요한 장례 절차이다.
이 과정에서는 망자의 영혼이 조상의 세계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특별한 의식을 치른다.
포 포로포로아키의 주요 특징
- 마지막 밤의 작별 인사
- 마오리족은 탕이항가 마지막 날 밤을 ‘Po’(밤)라고 부르며, 이때 가족들은 망자와 마지막 순간을 함께 보낸다.
- 유족과 친척들은 망자에게 직접 말을 걸거나, 애도의 노래(Waiata)를 부르며, 사랑과 존경을 표현한다.
- 하카(Haka)를 통한 영혼 보호
- 하카(Haka)는 뉴질랜드 럭비팀 올 블랙스(All Blacks)로 인해 유명해진 마오리족의 전통 전사 춤이다.
- 장례식에서도 하카가 중요한 역할을 하며, 망자의 영혼이 두려움 없이 사후 세계로 갈 수 있도록 돕는 의미를 가진다.
- 시신 운반 및 매장 준비
- 포 포로포로아키 의식이 끝난 후, 가족들은 망자의 시신을 묘지로 운반하며, 전통적인 매장 의식을 준비한다.
- 마오리족은 망자를 매장할 때, 그가 태어난 땅에 묻히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며, 이를 통해 영혼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포 포로포로아키는 마오리족이 망자와 작별하고, 영혼이 안전하게 사후 세계로 갈 수 있도록 돕는 마지막 인사 의식이다.
3. 세 번째 단계 – 하카리(Hākari): 삶을 축하하는 장례 후 연회
하카리(Hākari)는 장례가 끝난 후, 공동체가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누며 망자의 삶을 기리는 연회이다.
마오리족은 죽음이 슬픈 일이지만, 망자의 영혼이 평화롭게 떠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삶을 축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믿는다.
하카리의 주요 특징
- 공동체가 함께하는 연회
- 하카리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공동체가 한자리에 모여 망자의 인생을 축복하는 의미를 가진다.
- 음식을 함께 나누면서, 망자가 남긴 유산을 기리고, 후손들에게 교훈을 전하는 이야기들이 공유된다.
- 전통 음식과 문화적 상징
- 하카리에서는 전통적인 마오리 음식(홍이, Hangi – 땅속에서 구운 음식)이 제공되며, 공동체가 망자의 영혼을 위해 함께 나눈다.
- 음식은 단순한 영양 공급이 아니라, 영혼이 조상의 세계로 갈 수 있도록 돕는 신성한 요소로 여겨진다.
- 새로운 시작과 치유
- 하카리는 슬픔을 마무리하고, 남은 가족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의식이다.
- 장례식 이후에도 삶은 계속되며, 공동체가 함께 유대를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철학을 반영하고 있다.
하카리는 단순한 연회가 아니라, 마오리족이 죽음을 받아들이고, 삶을 축복하는 방식이다.
4. 현대 사회에서 변화하는 마오리족의 장례 문화
현대화가 진행되면서, 마오리족의 전통 장례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① 기독교 장례식과의 융합
- 뉴질랜드에서는 기독교 신자가 많은데, 일부 마오리족들은 교회에서 기독교식 장례를 치른 후, 마오리 전통 의식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 하지만 여전히 탕이항가, 포 포로포로아키, 하카리 같은 전통 의식은 유지되고 있다.
② 도시화로 인한 변화
- 현대 마오리족들은 도시에 많이 거주하면서, 마라에에서 장례식을 진행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
- 이에 따라, 가정이나 현대식 장례식장에서 마오리 의식을 일부 포함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③ 전통 장례 방식의 보존 노력
- 마오리족의 장례 문화는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간주되며, 뉴질랜드 정부와 마오리 공동체는 전통 장례 문화를 보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맺음말: 마오리족의 3단계 장례 과정은 영혼과 공동체를 연결하는 신성한 의식이다
- 탕이항가(Tangihanga): 공동체가 함께 애도하며 망자를 기리는 시간
- 포 포로포로아키(Po Poroporoaki): 마지막 인사와 영혼의 사후 세계 이동
- 하카리(Hākari): 삶을 축하하며 공동체가 다시 하나가 되는 연회
비록 현대화로 인해 변화가 있지만, 마오리족의 전통 장례식은 여전히 강한 공동체 정신을 유지하며, 영혼과 후손을 연결하는 중요한 문화적 유산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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