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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 문화

여자만 시신에 접근하는 의식 – 탄자니아 마콘데족의 여성 장례 전통

아프리카 대륙의 동남부 끝자락에 위치한 탄자니아(Tanzania)에는 대를 잇는 독특한 장례 전통이 존재한다. 바로 마콘데(Makonde)족의 여성 중심 장례 문화다. 이 부족은 탄자니아뿐 아니라 모잠비크 북부에도 일부 분포하며, 조각 예술로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보다 더 깊은 정신적 전통은 ‘여성만이 시신을 다룰 수 있다’는 장례 의식의 원칙에 있다.

마콘데족에게 있어 죽음은 단순한 생명의 종결이 아니라 영혼이 조상 세계로 귀환하는 중요한 통로다. 이때 고인의 육체를 정결하게 다루고, 떠나는 길을 인도하는 역할은 오직 여성들만이 수행할 수 있는 신성한 의무로 여겨진다. 남성은 장례식에서 뒷줄에 서며, 절대 시신 가까이에는 다가가지 않는다.

이 글에서는 마콘데족 장례 문화 속에서 여성의 역할이 어떻게 제의적으로 고착되었는지, 여성 중심의 장례 절차와 그 상징성, 공동체의 젠더 구조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현대화 속에서도 이 전통이 어떻게 이어지고 변화하고 있는지를 4개의 문단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여자만 시신에 접근하는 의식 – 탄자니아 마콘데족의 여성 장례 전통

 

1. 여성만이 시신에 손댄다 – 마콘데족 장례 금기의 시작

마콘데족의 장례 문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원칙은 시신에 접근하고 씻기고 입히는 일은 오직 여성만이 수행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죽음과 삶의 순환 속에서 여성이 생명을 낳는 존재인 동시에, 죽음을 수습하는 역할도 맡아야 한다고 믿는다. 다시 말해, 탄생과 죽음을 모두 다루는 존재는 여성뿐이라는 세계관이 장례 의식 전반에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고인이 남성이라 하더라도, 시신에 직접 손을 대는 것은 반드시 가문의 여성 또는 공동체 내에서 훈련된 노년 여성의 몫이다. 남성은 절대 시신 근처에 머무르지 않으며, 심지어 죽은 아버지나 형제라 해도 얼굴을 다시 보는 것은 금기로 여겨진다. 이러한 금기의 기원은 마콘데의 신화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초기 조상들은 여신의 인도로 사후 세계로 향했다는 전설에서, 여성만이 죽은 자를 ‘다시 돌려보낼 수 있는 문지기’라는 믿음이 생겨난 것이다.

 

 

2. 시신을 정결히 씻기는 ‘오푸르’를 담당하는 여성들

장례 첫날, 마콘데족 여성들은 ‘오푸르(Ofur)’라는 정결 의식을 준비한다. 이 의식은 시신을 씻기고 정리하는 과정으로, 단순한 위생적 행위를 넘어서 영혼을 조상에게 인도하기 위한 첫 단계로 간주된다. 시신은 바나나 잎으로 둘러싸인 야외 공간에 놓이며, 장례를 담당하는 여성들은 고인의 생전 신체적 특징을 존중하며 하나하나 손으로 닦아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의 이 정결 행위는 보통 3시간 이상 이어지며, 이 시간 동안 특정한 장례 노래와 주문이 함께 불려진다.

이때 사용되는 물은 단순한 우물물이 아니라, 장례 하루 전날 여성들이 공동으로 채취한 샘물이나 강물로 제한된다. 물은 정화의 상징이며, 여성의 손을 통해 전달됨으로써 죽은 자의 육신이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 조상이 될 준비를 마치는 것이다. 이 과정은 육체와 영혼을 분리하는 신성한 전환 의식으로 여겨지며,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 뒤에야 비로소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고인을 애도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3. 여성 장례자들의 계급 – 세습되는 영적 노동의 계승

마콘데족에서는 이처럼 시신을 다루는 여성들을 단순한 유족이 아닌 ‘장례자’로서 존경한다. ‘마마 오푸르(Mama Ofur)’라 불리는 여성 장례자는 자신의 어머니나 이모로부터 기술과 금기를 물려받아 장례 역할을 세습하며, 이를 공동체의 영적 의무로 여기고 수행한다. 이들은 생전에 특별한 교육을 받고, 매년 1~2회의 모임을 통해 신성한 노래와 시신 다루기 기술, 장례 규율 등을 전수받는다.

이는 단지 전통의 유지 차원을 넘어, 마콘데 사회의 성별 역할 구조에 깊숙이 뿌리내린 문화 코드이기도 하다. 남성이 정치적 권위를 가진 반면, 여성은 삶의 시작과 끝을 관장하는 ‘영혼의 관리자’로 기능한다. 이 균형은 여성의 장례 참여를 사회적 권위의 일부로 인정하게 만든다. 장례를 치르며 보여주는 여성들의 엄숙함, 기술력, 공동체에 대한 배려는 젊은 세대에게도 큰 영향력을 미치며, 많은 소녀들이 ‘마마 오푸르’가 되는 것을 영광으로 여긴다.

 

 

4. 변화하는 전통, 유지되는 신성함 – 현대화 속의 적응

탄자니아 전역이 점점 더 도시화되고, 의료와 장례 서비스가 병원 중심으로 옮겨가는 시대 속에서도 마콘데족의 여성 장례 전통은 여전히 공동체 내부에서 강한 존속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도시 외곽에 사는 마콘데 출신 가족들이 장례 전통을 지키기 위해 고향 마을로 시신을 다시 데려오는 경우도 많아졌다.

동시에 일부 절차는 현대적인 위생과 병원 절차와 병행되며 변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세척을 마친 시신이라도 여성 장례자가 다시 한번 정결 의식을 간단히 수행하는 경우가 있으며, 공식 장례식에서도 여성들이 중심에 서는 전통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몇몇 지역에서는 장례 교육을 전통 학교 형태로 보존하고 있으며, 비정부기구와 협력해 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하려는 시도도 진행 중이다.

이처럼 마콘데족의 장례 전통은 시대 변화에 적응하면서도 그 정신적 핵심 – ‘죽음을 여성의 손으로 정결히 마무리한다’는 신념만큼은 변하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

 

 

결론 : 여성의 손으로 닫는 생의 마지막 문

마콘데족의 장례 문화는 단순히 여성만이 시신에 접근할 수 있다는 독특한 규칙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생명에 대한 궁극적인 존중, 그리고 여성의 손을 통해 삶과 죽음을 이어주는 인류 보편의 정신이 어떻게 실천되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문화적 증거다. 죽음 앞에서 남성은 뒤로 물러서고, 여성은 고요하고 신중하게 죽음을 정결하게 정리한다. 그 모습은 단지 전통의 잔재가 아니라, 영혼을 존중하는 가장 온화한 형태의 이별 방식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점점 장례가 상품화되고 있지만, 마콘데족은 여전히 인간적인 손길과 정성스러운 배웅을 통해 죽은 자의 영혼을 조상 세계로 인도한다. 이러한 장례 문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사랑하는 이를 어떻게 떠나보낼 것인가?"
그리고 "그 마지막을 누가, 어떤 손길로 정리할 것인가?"
마콘데의 대답은 분명하다.
생명을 낳은 그 손이, 죽음을 마무리하는 손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