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많은 문화는 죽음을 정적으로 기억하려 한다. 묘비, 사진, 또는 사라진 이름 속에 망자의 흔적을 담는다. 그러나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 깊숙한 곳에 사는 일부 토착 부족들, 특히 테누아(Tenharim), 수리(Surui), 쿠야와야나(Kuyawayana) 같은 공동체는 죽은 자를 기억하는 방식을 전혀 다르게 선택한다. 이들은 망자의 유골을 곱게 가루로 만들어 물감처럼 활용하고, 그 물감으로 자신의 몸, 도구, 혹은 공동체 의식을 위한 벽화나 마스크에 ‘영혼의 색’을 입힌다.
이 장례 문화는 단지 추모의 행위가 아니다. 이는 죽은 자의 영혼을 시각적으로 되살리고, 살아 있는 자와 신체적·정신적·영적 연결을 유지하기 위한 실천적 의례다. 이 부족들에게 죽음은 사라짐이 아니라, 형태를 달리한 존재의 전환이며, 유골을 통해 남겨진 색은 곧 기억의 물질화이자 영혼의 시각적 화신이 된다.
이 글에서는 아마존 일부 부족들이 어떻게 유골을 물감으로 사용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장례 철학, 실제 유골 가공과 채색 절차, 영혼과 색의 상징성, 그리고 현대화 속에서 이 전통이 어떤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네 문단에 걸쳐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1 . 유골을 예술로 남긴다: 아마존 부족의 장례 철학
아마존 부족의 장례 의식은 단지 죽은 자를 떠나보내는 의례가 아니다. 그것은 공동체의 기억 속에 그를 남기는 적극적인 창조 행위다. 이들 부족은 유골을 땅속에 묻거나 불태워 소멸시키는 대신, ‘삶의 흔적’을 시각적으로 환원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죽음은 종말이 아니라, 영혼이 공동체 속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형태를 변형하는 통과 의례다.
이러한 철학의 중심에는 영혼의 시각적 잔존(visual persistence of soul)이라는 개념이 있다. 즉, 육체는 사라져도, 영혼은 색과 형태를 통해 현재 세계에 남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이를 위해 유골은 단지 남은 뼈가 아니라, 기억을 담은 재료, 예술을 위한 성물, 영혼이 깃든 원료로 기능한다.
특히 아마존 부족들은 인간의 영혼이 자연물에 깃들 수 있다는 애니미즘적 신앙을 가지고 있으며, 죽은 자가 남긴 물질을 자연과 다시 융합시키는 것을 존엄한 순환의 일부로 간주한다. 유골을 물감으로 활용하는 이들은, 영혼을 보이는 형태로 현재의 삶 속에 끌어들이는 영적 예술가이자, 죽음을 재해석하는 문화의 장인들이다.
2 . 유골을 물감으로 만드는 과정과 채색 의례
유골을 물감으로 사용하는 과정은 고도로 정제된 의식 절차를 필요로 한다. 고인이 사망하면 일정 기간 매장을 하거나 시신을 건조한 후, 뼈가 완전히 정제될 때까지 기다린다. 이후 샤먼이나 특별히 훈련된 장례 담당자가 유골을 곱게 분쇄하며, 이때 사용되는 도구는 주로 화산암이나 단단한 현무암 돌이다.
분쇄된 유골은 곡물가루나 나무 수액, 흙, 전통 식물성 염료(예: 우루쿠, 카무카무 열매 물) 등과 혼합해 붉은색, 갈색, 회백색 계열의 천연 물감으로 제조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혼 물감’은 특정한 날,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사용된다. 예를 들어, 가족 구성원은 자신의 얼굴이나 가슴에 물감을 문지르며 고인의 용기나 지혜가 자신에게 깃들기를 기원한다. 전사였던 고인의 유골 물감은 무기, 가면, 의례용 방패에 칠해져 그 사람의 힘과 정신이 전투와 보호의 영역으로 계승되기도 한다.
특히 영혼 채색 의례는 공동체 전체가 참여하는 집단적 행사로, 음악, 춤, 기도, 가면극 등과 결합되어 조상의 영혼을 재현하고, 현재의 삶과 연결하는 통합적 장례 문화를 구성한다. 이 의식을 통해 유골은 단순히 보존된 과거가 아니라, 새롭게 창조된 현재의 일부로 재탄생한다.
3 . 색으로 남는 영혼: 영혼 채색의 상징성과 문화적 의미
아마존 부족에서 유골 물감은 단지 장식을 위한 재료가 아니다. 그 색에는 고인의 성격, 삶의 방식, 공동체에 대한 기여가 모두 담겨 있다. 예를 들어, 붉은색은 생명력과 전사를 의미하고, 흰색은 지혜와 평온한 죽음을, 갈색은 대지와 조상의 기운을 상징한다.
색은 곧 영혼의 에너지 상태와 환생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도구로 사용되며, 그림이 아니라 영혼을 그리는 행위로 이해된다.
이들은 조상의 물감을 몸에 바름으로써 신체적 연결감을 강화하며, “그가 내 피에 흐른다”는 믿음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이는 상징적이면서도 실제로 정서적 안정과 영적 보호감을 제공하는 실천적 행동이다.
특히 아이들이 조상의 유골 물감으로 채색된 가면을 쓰거나, 몸에 그 물감을 바르면, 조상의 지혜와 강인함이 계승된다는 믿음이 형성된다.
이러한 색과 영혼의 결합은 기억을 저장하는 방식이 시각화되고 신체화되는 예라 할 수 있다. 유골로 만든 물감은 더 이상 ‘죽은 자의 흔적’이 아니라, 살아 있는 공동체가 끌어안는 조상과의 연결 매개체가 된다.
4 . 현대화 속 전통의 위기와 문화 보존 노력
아마존 부족의 영혼 채색 전통은 현재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기독교 선교의 확산은 유골 활용 의례를 우상 숭배나 미신으로 간주하며 금지했고, 보건 및 위생 문제를 이유로 공식적으로 유골 채색을 제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게다가 젊은 세대들은 도시로 떠나며 이 전통의 의미를 체감하지 못하고, 유골을 물감으로 쓰는 것이 비위생적이거나 비현실적인 풍습이라고 인식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부족은 이 전통을 지키기 위해 상징적 유골 채색 의식을 고안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실제 유골 대신, 고인의 유물 조각을 갈아 염료와 섞거나, 조상의 사진을 바탕으로 색을 칠하는 방식으로 정서적 의미를 이어가려는 노력이 존재한다.
또한 문화 보존 단체와 인류학자들은 이 전통의 가치와 철학을 문서화하고, 박물관 전시, 다큐멘터리, 교육 콘텐츠로 재구성하여 전 세계에 알리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영혼 채색은 단순한 예술이나 특이한 장례법이 아니다. 그것은 공동체가 죽음을 기억하고, 조상의 숨결을 일상 속에 불러들이는 고유한 정체성의 실천이다. 현대화가 이 전통을 약화시키는 상황 속에서도, 그 의미를 재해석하고 계승하려는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결론 : 색으로 살아나는 죽음, 기억을 입히는 영혼의 미학
아마존 부족의 ‘영혼 채색’ 장례 문화는 죽음을 정리하거나 치우는 것이 아니라, 삶과 연결하고 보존하는 창조적 실천이다. 유골을 물감으로 만들어 삶의 도구와 몸에 입히는 이들의 전통은, 조상의 존재를 눈에 보이고 피부에 닿게 만드는 살아 있는 기념이다.
이 의식은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현재에 머물게 하고, 공동체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죽음을 삶의 일부로 통합하는 지혜로운 문화적 해석이다.
영혼을 색으로 남긴다는 것은 죽은 자를 잊지 않겠다는 약속이자,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색을 입고 살아간다는 깊은 깨달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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